주몽, 부여의 모습을 고구려에 옮기다
부여는 굉장히 중요한 나라입니다. 왜냐하면 이 부여에서 주몽이 내려가서 세운 나라가 고구려거든요. <주몽>이란 드라마 기억나세요? 그 드라마의 마지막 부분에 주몽이 고구려를 세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부여와 고구려는 정치나 사회 모습이 굉장히 비슷합니다. 심지어 똑같은 것도 많아요. 그럼 부여의 기록을 통해 부여의 역사를 살펴볼게요.
부족장들이 힘을 합쳐 부여를 세우다
나라에는 왕이 있으며 벼슬은 가축의 이름을 따라 마가, 우가 저가, 구가, 대사자, 사자라 칭했다.
일단 위에서 계속 등장하는 글자가 있죠? ‘가(加)’라는 한자입니다. 부족장을 뜻해요. 이를 통해 부여는 왕과 마가, 우가, 저가, 구가라는 4부족의 부족장들이 힘을 합쳐 만든 나라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길게 “마가! 우가! 저가! 구가!”라고 항상 부르기 힘드니까 부족장들을 모두 ‘제’ 자를 써서 제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마, 우, 저, 구는 무슨 뜻일까요? 마는 말을, 우는 소를, 저는 돼지를, 구는 개를 뜻합니다(저가는 저팔계를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여기서 알 수 있는 중요한 게 있죠? 동물의 이름을 통해 토테미즘의 존재를 알 수 있습니다. 그 예로 마가는 말을 숭배하는 부족인 거죠.
부족장들이 지방 4곳을 다스리다
제가들은 별도로 사출도1)를 나누어 맡아보는데 큰 곳은 수천 가(家)이며 작은 곳은 수백 가였다.
부족장들(제가)은 각기 지방 4곳을 ‘별도’로 다스렸어요. 그럼 왕은 중앙을 다스리고 다른 부족장들이 왕의 잔소리를 듣지 않고 자체적으로 각 지역을 다스렸단 얘기예요. 왕이 있으면 뭐해요. 부족장들이 각 지역에서는 왕 같은 존재였어요. 마치 학교에 교장선생님은 있지만 각 반의 담임선생님들이 마음대로 반을 이끌어나갈 수 있었던 거예요. 교장선생님이 아무리 자기 말 안 듣는다고 부글부글해도 소용없었단 얘기입니다. 자연스럽게 왕권은 매우 약했을 거라고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부족장의 권한으로 왕을 교체하거나 죽이다
옛 부여 풍속에는 가뭄이나 장마가 계속되어 오곡이 영글지 않으면 그 잘못을 왕에게 돌려 ‘왕을 바꾸어야 한다’고 하거나, ‘죽여야 한다’고 하였다.
왕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사출도도 있고, 각 부족은 각기 모시는 동물신도 다르고, 심지어 가뭄이 든 것도 왕 탓이니 왕을 죽이거나 교체할 수도 있다니요! 정말 왕권이 약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 왕권이 강한 ‘고대국가’로 발전하지 못하고 부족장의 권한이 여전히 강한 상태로 느슨하게 연합해 있는 ‘연맹왕국’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잠깐! 부족들 간 동맹을 맺으며 연맹왕국이 탄생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정치구조는 오른쪽 그림과 같은 모습입니다. 강력한 왕이 있고 관리들이 왕 밑에서 일을 하는 거죠.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처음부터 왕권이 이렇게 강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간과하는 게 있습니다. 태초에 인간은 평등했어요. 그러다 청동기가 사용되면서 평등했던 그들 사이에서 불평등이 시작되었단 말입니다. 차츰 계급과 국가가 생기긴 했지만 아직 나라 체계가 잡히진 않았어요. 그러다 전투력이 더 강한 부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부족들 간에 동맹을 맺으면서 연맹왕국이 탄생하게 됩니다.
연합을 맺은 부족장 가운데 좀 더 큰 부족을 이끈 부족장을 왕으로 선출한 거죠. 그러니 왕권이 강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에 반 아이들 중에 한 명을 투표로 담임선생님으로 뽑았다고 생각해보세요. 학생들이 담임선생님 말을 잘 따를까요? “너도 학생이었잖아! 어디서 명령이야!” 하고 멋대로 행동하는 친구들이 훨씬 많겠죠.
연맹왕국은 4가지 법칙이 있습니다. 첫째, 왕권이 약하고요. 둘째, 통일된 종교가 없고, 셋째, 통일된 법도 없습니다. 넷째, 나라의 규모도 크지 않아요. 규모가 커지려면 전쟁을 통해 영토를 넓혀야 하는데 왕권이 약하니 나라 안에서 단결해서 전쟁이 이뤄질 리가 없죠.
반은 농사를 짓고, 반은 가축을 기르다
그럼 부여의 경제 모습은 어떨까요? 일단 여기는 너무 추워서 농사가 잘 안 됩니다. 목축을 병행할 수밖에 없어요. 이걸 반은 농사짓고, 반은 가축을 기른다고 해서 ‘반농반목’이라고 해요.
부여의 제천행사, 12월에 영고를 지내다
연맹왕국에서 중요한 게 제천행사예요. 제천행사는 ‘땡스기빙데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추수를 감사하면서 하늘에 제사도 지내고 마을에 축제도 여는 거죠. 추수를 언제 하는지 아시죠? 10월에 합니다. 그럼 대부분은 10월에 제천행사를 하겠죠. 그런데 부여는 혼자만 12월에 했대요. 그냥 외우지 마시고요, 항상 ‘왜’라는 질문을 던지라고 했죠? 부여는 농사가 워낙 잘 안 되니까 중요한 게 사냥이었던 거죠. 12월은 눈이 많이 오는 계절입니다. 그럼 동물들이 눈에 갇혀서 잘 못 움직여요. 그러니까 이때 대대적인 사냥 행사를 하고 친목을 다진 거죠. 이 행사를 ‘영고’라고 부릅니다.
죽은 사람을 생각하며 순장을 하다
사회 모습은 아주 흥미로운 게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순장이 있어요. 순은 ‘따르다’라는 뜻인데요, 높은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의 살아 있는 가족들을 함께 매장하는 거예요. 아니! 어떻게 이런 잔망스러운 일이 있을까요? 부여인들이 특별히 잔인해서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많이 있었던 풍습입니다. 순장을 하는 이유는 사람이 죽으면 그냥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고 계속 살 수 있다고 생각해서예요. 그래서 생전에 쓰던 물건과 죽어서도 수발을 들어줄 노비와 가장 친한 가족들을 함께 묻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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